[금융 문맹 탈출 2화] 왜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를까? (보이지 않는 세금, 인플레이션)
안녕하세요, ‘티끌 모아 태산’을 꿈꾸는 티끌이 박승환입니다.
지난 1화 오리엔테이션에서 우리는 금융 문맹을 탈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비장하게 약속했습니다. 오늘 그 첫 번째 관문, 바로 **‘인플레이션(Inflation)’**이라는 녀석을 해부해 보려고 합니다.
여러분, 혹시 어릴 적 1,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었을 때의 그 묵직한 기분을 기억하시나요? 제가 어릴 때만 해도 1,000원이면 꽤 맛있는 과자를 두 봉지나 사고도 돈이 남았습니다. 친구들과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 한 접시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큰돈이었죠. 그런데 지금 1,000원은 어떤가요? 편의점에서 웬만한 과자 한 봉지 집어 들기도 망설여지는 돈이 되었습니다.
우리는 흔히 이런 상황을 두고 “물가가 올랐다”라고 말합니다. 짜장면 값이 3,000원에서 7,000원이 되었고, 버스 요금이 올랐다고 투덜거립니다. 하지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이 현상을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. 이건 짜장면이 갑자기 더 맛있어지거나 고급 요리가 되어서 비싸진 게 아닙니다. 짜장면은 그대로인데, 우리가 가진 ‘돈(화폐)’의 가치가 떨어진 것입니다.
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본질입니다. 쉽게 말해 **‘돈이 흔해지는 현상’**입니다.
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앙은행과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끊임없이 돈을 찍어냅니다. 시중에 돈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? 흔한 것은 귀하지 않게 됩니다. 돈이 흔해지니 돈의 힘(구매력)은 약해지고, 상대적으로 실물 자산(부동산, 주식, 짜장면, 금 등)의 가격은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.
저는 이 인플레이션을 ‘보이지 않는 세금’ 혹은 **‘조용한 도둑’**이라고 부릅니다.
상상해 봅시다. 여러분이 정말 알뜰살뜰하게 절약해서 현금 1억 원을 모았습니다. 그리고 “나는 투자는 무서워서 못 해. 그냥 안전하게 집에 있는 금고에 넣어둘래”라고 결심하고 1억 원을 장롱 깊숙이 숨겨둡니다. 도둑이 들지 않는 한, 10년 뒤에도 그 돈은 정확히 ‘1억 원’이라는 숫자로 남아 있을 겁니다.
하지만 10년 뒤, 그 1억 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개수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어 있을 것입니다. 매년 물가가 평균 3%씩만 올라도, 10년 뒤 화폐 가치는 지금의 70% 수준으로 쪼그라듭니다.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돈을 가만히 두었을 뿐인데, 내 구매력의 30%가 공중으로 증발해 버린 겁니다. 누가 훔쳐 간 걸까요? 바로 인플레이션이라는 도둑입니다.
많은 분이 “주식이나 투자는 원금을 까먹을 수 있어서 위험하다”라고 말합니다. 맞습니다. 투자는 위험합니다. 하지만 더 무서운 사실은, **“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100% 확률로 돈을 잃는 행위”**라는 점입니다. 현금만 쥐고 있는 사람은 매일매일 조금씩 가난해지고 있는 셈이니까요.
그래서 우리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. 부자가 되기 위해 대박을 노리는 게 아니라, 내가 힘들게 번 돈의 가치가 녹아내리는 것을 막기 위한 ‘방어’ 수단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. 최소한 물가 상승률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내 자산의 실질적인 가치가 유지되니까요.
자, 이제 억울한 마음이 좀 드시나요? 내 월급이 안 오르는 게 아니라, 사실은 내 월급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었던 겁니다. 이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려면 우리는 현금이라는 ‘녹는 얼음’을 쥐고 있을 게 아니라, 단단한 자산으로 바꿔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.
다음 시간에는 그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힘, 경제의 중력이라 불리는 **‘금리’**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. 금리가 오르면 왜 주식 시장이 파랗게 질리는지, 그 비밀을 풀어드리겠습니다.
